육아는 팀플 가족

유부남 친구 둘이 비슷한 시기에 페북에 사진을 올렸다. 둘 다 파김치가 되어 아기를 안고 있는 모습이었다. 한 명은 백일이 된 둘째와, 다른 친구는 3주 된 첫째와 찍었다. 그런데 첫째와 찍은 친구가 분유값에 보태고자 틈나는대로 번역알바를 뛴다면서 지난 2주일 동안 10만자를 했단다. 수백개의 해야할일들 순서만 매기다 하루를 낭비하는 입장에서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출산휴가중이라도 그렇지 보름에 십만자를 애 보면서 어떻게 찍는단 말이냐.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거 아닌가. 아기 목욕시킬 시간도 안 나오겠는데.

아기는 갈수록 종잡을 수가 없다. 정답 없는 스무고개를 하는 기분이다. 이렇게 해줘도 저렇게 해줘도 다 싫단다. 계속 운다. 무언가가 마음에 들지 않고 어딘가가 불편한 것이다. 눕히나 드나 똑같이 운다면 그냥 어디 내버려두는 게 합리적이지만 그럴 수가 없다. 자꾸 들어올리고 알아듣지도 못할 말을 걸어줘야 할 거 같다. 한동안 혼자서 놀다가 잠들고 일어나서 또 놀고 하길래 등센서가 완전히 파손된 줄 알았다. 아니었다. 열 배로 민감해져서 돌아왔다. 잠잘 때가 아니어도 발동이 걸린다. 이거 대체 뭐지. 어디 러시안 해커가 구름 타고 날아와 튜닝해놓고 갔나. 혼자는 감당이 어렵다.

대부분의 일이 그렇듯, 육아는 팀플이다. 탱커가 되어 천둥같은 울음소리와 풍차킥를 뚫고 들어가 갖가지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 노래 몇 마디와 따뜻한 손길로 순식간에 잠을 재우는 마법을 부릴 수 있어야 한다. 초짜파티에서 빼놓을 수 없는 건 역시나 힐러다.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지친 서로에게 격려의 말과 애정어린 눈빛을 건네고, 조금이라도 더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자세가 무엇보다 필요하다. 누구 한 사람이 하나의 역할을 전담하는 것이 아니라, 둘 다 모든 소임을 돌아가며 소화할 수 있어야 하기에 이 팀플은 개떡 같이 어려운 팀플이다.

그래도 곧 아이를 두고, '내가 너 때문에 산다 ㅋㅋ'라고 할 날이 오겠지? 며칠 전 쓰레기를 버리러 나가다가 문득 그런 생각을 했다. 너무 피곤해서 헛것이 들렸는지도 모르겠지만 일단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the meatball and the oddball

카프카의 퇴짜 도서

예쁜 여자를 보고 '나와 함께 가주오!'라고 청했을 때, 미녀가 말없이 지나쳐간다면 그 속뜻은 이러할 것이다.

'그대는 명망있는 귀족이 아니고, 미국원주민의 강인한 신체와 고요한 눈빛, 그들의 피부, 초원의 공기와 초원에 닿은 강가의 공기가 어루만지는 피부를 갖지 못하였고, 당신은 어느곳의 드넓은 호수를 본 적도, 그곳에서 배를 띄워본 적도 없군요. 그러니 알려줘요, 나같은 미인이 어찌 그대와 동행해야 하는지요?'

'당신을 태우고 힘차게 거리를 종횡하는 자동차가 있던가요. 복장을 차려입고 당신을 보좌하는, 대열 맞춰 축복의 말을 읇조리는 신사들은 보이지 않고, 앞가슴은 코르셋 안으로 말끔히 자취를 감추었는데, 다만 넓적다리와 둔부가 그 허전함을 메워줍니다. 작년 가을 사랑 받았던, 플리세 주름이 들어간 얄팍한 드레스 차림으로, 그런 볼품으로도 당신은 이따금 웃음을 흘리고 다니기에 망설임이 없군요.'

'그래요 우리 둘 다 맞아요, 그러니, 서로의 바른말에 홀랑 넘어가기 전에, 흩어져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 어때요.' 


카프카라면 위엄 있고 근사한 글을 썼을 거란 막연한 인상이 있었는데 2012년에 산 단편집에는 뜻밖에도 패배자감성이 가득했다. 때마침 연애운이 바닥을 쳤던지라 Rejection이란 제목을 단 위의 글을 읽으며, 나름의 위안을 얻은 기억이 난다. 형도 어지간히 안 풀렸구나. 그맘 알아요.

갑자기 그때 생각이 나서 책을 꺼내 읽어보았다. 쿨해도 너무 쿨하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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