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스퀘어 광란의 질주 사건 기타

우리 회사 사람들은 사건이 뉴스에 나오기도 전에 소식을 들었다. 한참 정신 없이 일을 하는데 옆자리 동료A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동료는 잠시 자리를 비운 상태였고 진동은 끝날 줄 모르고 계속 재촉했다. 누가 이렇게 끈질기게 통화를 원하는지 궁금해 고개를 빼 화면을 봤더니 방금 전에 점심 먹으러 나간 회계담당J이었다. A하고는 예전 직장에서부터 서로 아는 절친한 사이지만 회사문 나간지 몇 분 되지도 않아 문자도 아닌 전화를 걸어오는 게 이상했다. 열 블럭 북쪽의 록펠러센터에서 일하는 아내와 만나 식사를 하러가는 길일테니 말이다. 우웅. 우웅. 책상에 울리는 진동소리가 나까지 조바심나게 했다. 그러나 A가 간신히 자리로 돌아와 전화기를 들어올릴 때까지의 몇 분은 나보다 J에게 훤씬 더 길게 느껴졌을 것이다. 그는 웬 자동차 한 대가 일방통행인 7번 애비뉴를 인도 위로 역주행하며 행인들을 볼링핀처럼 날려버리는 장면을 목격한 직후였다. 늘 차분한 말씨의 J는 그 답게 긴박한 상황 속에서도 자신이 본 내용을 우리에게 정확히 전달해주었고, 그 내용은 보스턴에 있는 동부지역책임자를 거쳐 본사와 미국전지사로 퍼져나갔다. CNN속보 알림도 그 이후였다. 테러인가? 사람들의 첫반응은 그랬다. 프랑스, 독일, 영국에서 차례로 일어난 자동차 테러가 떠올랐다. 뉴욕시경도 시민들의 그런 불안한 마음을 아는지 재빨리 언론에 신상을 풀었다. 범인은 현장에서 시민들과 교통경찰이 협력해 붙잡았다. 남미계 이름을 가진 음주운전 전과2범의 스물여섯 살짜리 전직 해군이었다.
거리에 경찰차와 소방차, 응급구조대가 밀려들었고 사고가 발생한 7번애비뉴는 곧 봉쇄됐다. 양팔을 휘저으며 나가라고 소리치는 경찰들 너머로 길에 쓰러진 피해자 몇 명과 그들을 둘러싼 구조대원들을 보았다. 바로 옆블럭에선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 모르는 관광객들이 셀카를 찍고 기녀품가게를 들락거렸다. 점심거리를 손에 든 직장인들이 고개를 빼고 상황을 살폈다. 밥이 넘어가지 않는 오후였다.
속보가 뜨고 다섯 시간도 채 지나지 않았을 때 거리는 이미 완벽한 평온을 되찾은 것 같았다. 워낙 모든 것의 밀도가 높은 동네라 사망자 1명의 파장은 멀리 닿지 못하는 게 당연했다. 사고지점에서 딱 1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공원에 깔린 요가매트 수백 장이 무료수업이 곧 시작됨을 알렸다. 잔디냄새를 한껏 들이마시며 스트레칭을 하고 매트에 올라앉는 이들의 모습이 내 머리속에서 차에 치어 드러누운 몸들을 서서히 지워갔다. 여기서 마지막으로 요가를 했던 게 벌써 오 년이 되었나? 맑고 뜨거운 날, 잔디밭은 건물숲의 그늘 아래 선선함을 간직했다. 마땅히 앉을 곳을 찾기도 어려운 공간을 괜히 몇 분에 걸쳐 휘적이며 사람들의 생기를 쐬었다. 높이 솟은 해는 집에 돌아와 저녁을 시작할 때까지도 쨍쨍했다.

아내의 맥북을 뜯었다 기타

오래토록 기다린 탐포포의 크라이테리언 버전이 도착, 기왕 처음 트는 거 좋은 화면으로 보겠다며 아내의 맥북에 DVD를 넣었다가 고대로 먹혔다. 디스크는 분명히 들어갔는데 인식이 안 됐고, 인식이 안 되니 꺼내기버튼을 눌러도 소용이 없었다. 이게 무슨 조화인가. 누가 음식영화 아닐랄까봐 컴퓨터가 디스크를 통째로 삼켰단 말인가. 구글을 뒤져서 나온 갖가지 해결책을 다 동원해도 요지부동이었다. 아내 말로는 드라이브가 전부터 약간 이상하긴 했다기에 어쩔 수 없이 애플스토어에 가져가기로 했다.

녹색반팔 유니폼의 직원께서는 투입구에 달린 스위치가 고장나서 드라이브 전체를 교체해야 하며 비용은 191달러라고 안내해줬다. 아따 비싸네.

그건 됐으니 안에 박힌 DVD만 꺼내주면 안 되나요? 무슨 DVD? 영화 DVD. 안에 있는 거. 응? 아무 것도 없던데? ...네?

직원은 다시 한 번 확인해달라는 내게 경계하는 눈빛을 던지며 작업실로 들어갔다. 나를 약빨고 헛소리하는 놈이라고 생각한 게 분명했다. 몇분 뒤 돌아온 그는 약쟁이한테 몽둥이로 맞을까 두려웠는지 아무 것도 없다는 말 대신 아무 것도 꺼낼 수 없었다고 에둘러 고했다. 분명히 집어넣었는데, 플라스틱DVD가 벌써 소화가 됐나? 옆에 있는 아내마저 나보다 애플맨의 말을 더 신뢰하는 눈치라 나는 그야말로 환장할 것 같았다.

이렇게 된 이상 방법은 하나. 직접 뜯는다!

집으로 돌아와 유튜브에서 찾은 영상을 참고하며 바들바들 드라이버를 잡았다. 동영상은 ODD를 빼고 그 자리에 SSD를 설치하는 법 강좌였다. 생각보다 간단하다가 막판에 끈질긴 나사를 만나 십 분 가까이 진땀을 뺐는데,
결국 드라이브를 들어내고 그 속에 콕 박혀있던 DVD도 건져냈다. 귀이개로 디스크의 가운데구멍에 걸어 잡아당기는 방식이 유효했음. 흔한 일상용품에 이런 신통한 기능이 있었을 줄이야. 처음부터 귀이개로 후볐으면 뚜껑 안 따도 됐을 듯 표면에 긁힌자국이 몇 개 남은ㅠㅠ 영화는 다행히도 말짱히 돌아간다.

ODD는 아마존에서 외장형이 24달러길래 하나 주문했다. 쓸데없는 IT소동은 그렇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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