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로운 뉴욕의 출근길 기타

1월 11일, 회사사람 세 명이 같은 날 다른 이유로 특별한 출근을 했다.

1. 환자발생

뉴욕지하철의 모든 노선이 매일 같이 수시로 멈추고 돌아가는 데에는 수백 가지 이유가 있다. 그중 가장 자주 접할 수 있는 게 환자발생이다. A는 이날 자신과 같은 차량에 타고 있던 남자가 풀썩 쓰러지는 바람에 30분 가량 발이 묶였다. 몸이 아프면 승강장으로 나가서 구급요원이나 역무원을 기다리면 될 거 같지만 안 그렇다. 일단 열차 내에 누워서 차내비상호출기로 차장에게 신고를 한다. 차장의 보고를 받은 기관사는 열차를 멈추고 구급요원이 도착해 환자를 하차시킬 때까지 기다린다. 그동안 정차역부터 해당노선의 운행흐름이 막히고 대기가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뒤에서 기다리는 열차들에의 파급효과가 커져 환승역에서 만나거나 선로를 같이 쓰는 다른 호선에까지 불길이 번진다. 이런 일이 많게는 매달 3000건씩 (슬프게도 오타가 아니다) 발생한다. 한술 더 떠 A의 경우 눈 앞의 환자가 당장 숨이 넘어갈 듯한 증상을 보이는 바람에 30분 동안 조마조마했다고 한다. 다른칸으로 가면 되잖아? 아니다. 차가 멈춰있는 동안 승객은 계속 들어오고 출근시간 승강장은 콩나물시루를 두 번 정도 압축한 밀도를 뽐내게 된다. 움직일 수가 없다.

2. 집안싸움

B는 좀처럼 겪을 수 없는 희귀한 사건을 목격였다. 브루클린에서 A트레인에 올라타자마자 급행이 아닌 일반운행을 한다는 방송이 나왔다. 그러려니 했다. 한참을 달려 G트레인과의 환승역인 호이트-슈키머혼 역에 차가 들어섰다. 그런데 1분이 넘도록 차장이 문을 열지 않았다. 대신 그는 기관사에게 열차가 승강장의 정지선을 넘어갔다고, 왜인지 차내방송을 통해 알렸다. 드물지만 나도 몇 번 겪은 적이 있는 일이다. 차를 뒤로 조금만 물리면 된다. 어째선지 기관사가 반응이 없자 차장이 다시 방송을 날렸고 이내 두 사람은 쌍욕이 들어간 말다툼을 시작했다(...). ㅅㅂ똑바로 섰다고! 아니라고 ㅅㄲ야! 자기한테만 알려주면 될 걸 승객들에게 다 들리도록 틀어버린 차장에게 화가 났는지도 모르겠다. 그는 모든 상황을 무시하고 열차를 전진시켰다. 난 분명히 정차했고, 문 열고 닫는 건 차장의 의무니까 내 잘못 없다는 거겠지. 덕분에 환승역 놓친 승객들만 빅엿을 나눠먹었다.

3. 현장체포

C의 지하철출근길은 순조로웠다. 특이사항은 회사건물에 도착해서 일어났다. 출입구 바로 앞에서 일곱 명의 경찰관이 두 명의 사내를 둘러싸고 수갑을 채우고 있었다. C는 경관 한 명의 손에 갈색종이봉투가 들려있었다며 마약거래 현행범일 것이라고 추측했다. 기웃거리는 그에게 경관은 저리 가라고 소리쳤다-_- 타임스퀘어에서 살짝 벗어난 우리 회사 주변의 치안이 썩 좋지 않은 건 사실이다. 아닌게 아니라 할렘, 사우스브롱스를 제치고 미드타운이 뉴욕시티에서 범죄발생율 최고봉이다. 갱단이 총 들고 설치는 윗동네에 비해 강력사건이 아닌 절도나 경범죄 따위가 대부분이라곤 해도 작년 1월부터 11월까지 인구 1000명당 범죄발생건수가 114건이 넘는다. 세계의 수도라니까 치안도 좋은 줄 알고 무방비로 다니는 한국, 일본의 관광객들이 크고 작은 변을 당하는 걸 자주 본다. 여기는 현지인도 정신을 차리고 다니는 게 좋다. 괜히 고담이 아니다.

우리애가 좋아하는 팝송 기타

계획적으로 태교를 하지 않더라도 일상속의 반응에 따라 뱃속의 아이가 어떤 노래를 좋아하는지 알게 된다. 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곡, 언제 어디서 나와도 엄마의 배를 들썩들썩이는 노래가 저스틴 팀버레이크의 Rock Your Body다. 제목 그대로 엄마의 몸을 흔들어대는 게 아기의 일이니 이만한 주제가도 없네?ㅎㅎ 아니다. 이 노래는 가사가 매우 야하고 음탕하고 거시기하다. 최대한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노래 끝나기 전에 너를 발가벗기고 맨몸을 밤새도록 흔들어 줄테니 나랑 춤추자고 클럽에서 들이대는 내용이다. 아니 뭐 이런 상놈이 이런 욕정+탈의=↗절정↗으로 가는 가사에 격하게 반응하는 딸아이를 보고있자면 아버지의 마음에 벌써부터 균열이 생긴다. 그러나 애비가 가장 최근에 좋아라 했던 팝송이 다프트펑크의 쾌락주의 원나잇찬가 Get Lucky라 할 말이 없다. 마찬가지로 클럽에가서 하룻밤 재미 볼 상대를 찾아 동틀 때까지 춤추는 내용이다. 여기 큰일날 집안이 탄생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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