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맥도날드의 노인들 사회

다른 나라에서 잘 나가는 메뉴를 미국의 매장에서도 파는 행사를 하고 있다기에 그럼 우리도 구라파 버거 한 번 먹어보자며 백 년만에 찾아간 맥도날드에는 애들 해피밀 먹이러 온 가족단위 외에 혼자 시간 보내러 오신 노인분들이 여럿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수 년 전 뉴욕 플러싱에서 일어난 사건이 자연스레 떠올라, 은발손님들의 모습을 흘긋흘긋 보게 되었다.

1. 멋쟁이형님: 전형적인 젊은오빠 스타일. 셔츠에 재킷을 갖춰입고 근사한 모자도 쓰셨다. 잔뜩 챙겨온 카세트테이프를 워크맨으로 들으며 까만볼펜 한 자루 들고 일러스트 제작에 몰두하셨다. 우리 먹는 동안 하나 완성했고, 옆에 두 장 더 있었다. 주문하신 음식: 커피 한 잔. 
형님이 쓰던 소니 스포츠 워크맨. 2000년대 초중반까진 길에서 쉽게 볼 수 있던 추억의 모델이다ㅠ

2. 알뜰주부: 들어오는 걸 보지도 듣지도 못했는데 어느샌가 우리 뒤에 앉아계시던 할머니손님. 집에서 싸온 음식으로 점심식사를 하셨다. 주문하신 음식: 커피 한 잔. 

3. 뜻밖의 라이더: 우리가 도착했을 때 옆자리에 앉아계셨던, 최소 170세쯤 돼보이는 할아버지. 그시절의 신사답게 역시 재킷을 차려입고 나오셨다. 커피 한 잔 놓고 소일하다가 퇴식하고 나가서는 왠 자전거에 척하고 올라타 우리를 놀라게 했다. 운전할 신체조건은 안 되니 자출하셨나보다 짐작했지만, 엉덩이만 걸치고 발로 밀어 움직이는 수준이었다. 그래도 능숙하게 길 잘 찾아가심. 멋져요!  

3년 만의 중국 도로교통 후기 소풍

이하 허페이시에서 보고 온 내용입니다.

1. 신기했던 것

생전 처음으로 본 화살표 신호등. 시내에서부터 시골길까지 대부분의 도로에 설치돼 있었다. 중국이 워낙 파란불 들어오면 우루루 몰려나가 뒤죽박죽으로 교차하며 좌우회전하고 뒤돌고 물구나무 서고 난리가 나는지라, 애초부터 주행방향을 통제해버리는 게 사고예방에 도움이 될 거 같았다.
유턴가능지역에는 유턴신호가 따로 있다. 그리고 전부다 빨간불일 때는 빨간색으로 카운터가 들어와 언제 파란불이 뜰지 알려준다. 이것도 중국에서 처음 본 듯.

2. 전과 달라진 것

경적 소리가 눈에 띄게 줄었다. 2016년에는 요 앞에만 나가도 사방에서 빵빵 거려 정신이 없었는데 이번에는 하루에 몇 번 듣는 정도였다. 한 번은 내가 탄 차가 반대차선 직진신호 때 말도 안되는 좌회전을 시도하다가 레알 들이 받을 뻔 했는데 상대 차량은 경적 대신 상향등을 두 번 깜빡이고 말았다. 두 차 모두 서행중이긴 했어도 완전 쎄게 빵!!! 했어야 할 상황에 가만히 눈만 껌뻑이니 좀 웃겼다-_- 이후에도 경적 대신 상향등 원투를 날리는 걸 수차례 봤으니 아마도 그렇게 하라고 위에서 지침이 내려왔는지도 모르겠다.

3. 전과 달라진 것 2

기억이 정확하진 않은데, 그사이에 오토바이 전용차선이 생긴 것 같다. 자동차와 섞이지 않게끔 분리대를 두고 맨바깥차선에서 오토바이, 자전거끼리만 달린다. 안전도 안전이지만 이게 경적소리를 줄이는 데에도 아주 큰 보탬이 된다. 다 같이 섞여달리던 때엔 자동차가 앞이나 주변에 있는 오토바이에게 나 지나가니까 조심하라는 뜻으로 울리는 게 굉장히 많았기 때문.

4. 그대로인 것

교통환경개선을 위한 정책적 노력과는 별개로, 운전자들의 주행스타일은 전과 다름 없었다. 차선이 왜 있는지 모를 만큼 계속 뒤엉켜 움직이고 전후좌우 모든 차량과 밀착 상태로 나아간다. 조수석에 앉아있으면 자꾸만 다른 차와 부딪힐 것만 같아 불안했다. 딱 한뼘 거리에서 끼어들고 끼워주고 회전하고 추월할 때마다 엉덩이가 들썩였다. 왕복 2차선도로에서 커브길에 반대쪽에서 트럭이 오는데도 추월을 한다 ㄷㄷㄷ 앞에 가는 차와 반대쪽에서 오는 차가 갓길로 물러나고 열린 공간으로 추월차량이 스르륵! 이 모든 게 경적 없이 물 흐르듯 이루어진다. 주변차량과의 거리가 짧으면 짧을수록 보너스 점수가 쌓여서 나중에 맛좋은 엿과 바꿔먹을 수 있는 게 아닐까 의심이 들었다.

5. 괜찮아보였던 것

시내도로에 주변주차장의 위치와 주차가능대수를 알려주는 표지판이 있다. 주차장 가서 만차표지판에 차 돌릴 필요가 없다는 것. 주차요금은 모바일지갑으로 낸다. 나갈 때 창구직원이 QR코드가 큼직하게 인쇄된 종이를 들이밀고 운전자가 핸드폰으로 스캔하면 요금정산 끝. 차를 바짝 붙이지 않아도 되고 카드나 현금을 주고 받을 필요가 없으니 편하더라. 그리고 몇몇 톨게이트에서 표 끊을 때 신용카드를 넣으면 로보트팔이 뻗어 나와 티켓을 건네줬다;; 윙윙 소리나며 절도 있게 척, 괜히 멋있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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