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렬 솔로앨범 카세트 음악

계획에서 실행까지 자신만만했다가 결과가 나오는 순간부터 이거 좀 아닌데 하고 썰렁해질 때가 있다. 이번에 지른 카세트 플레이어가 그랬다. 본가의 책꽂이에서 먼지만 먹고 있을 카세트들을 가져다 틀면 90년대 분위기가 날 줄 알고 아마존에서 CD, 카세트, 라디오까지 되는 저렴한 물건을 질렀는데, 별로 흥이 안 난다-_- 카세트 특유의 데크 돌아가는 소리와 화이트노이즈까진 참 좋다. 그러나 딱 거기까지. 수퍼패미콤 클래식처럼 마음 속에서 꿀맛 향수가 우러나질 않네. 기껏 테이프 20개를 싸들고 와준 동생에게 민망했다. 부담스러운 종서 형 눈동자 하며ㄷㄷ      
개중에 이건 좀 특이하다 싶었던 김창렬 1집. 당시 디오씨 멤버로서 갖고 있던 악동+주먹질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모습을 발견할 수 있는 앨범이다. 일단 수록곡 절반 이상이 김창렬 작사/작곡이고 제작도 본인이다. 지금 다시 봐도 믿기 어렵다. 가족에 대한 사랑과 감사를 노래하고 주님의 은혜를 찬양하는 등 팬들도 적응하기 어려운 곡을 본인이 직접 썼다는 것. 디오씨 보컬의 소울 넘치는 씨씨엠이라니 이게 뭔 소리여. 심지어 앨범속지의 스페셜 땡스가 항상 바른길로 인도해주시는 주님에 대한 감사로 시작한다ㄷㄷ 아직 만나지도 않은 미래의 배우자와 자식에 대한 사랑을 약속하는 대목에선 가슴이 뭉클. 타이틀 곡인 '어린왕자'가 티비에 몇 번 나왔던 거 같고, 이은미의 '기억 속으로' 커버가 적절히 흥겹다. 가장 디오씨에 가까운 사운드를 내는 곡, '오늘은'은 앨범의 마지막에 배치했다. 그만큼 자신의 음악을 내보이고 싶었나보다. 많이 알려지진 않았지만 충분히 들을 만 한 앨범. 갖고 있길 잘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