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프카의 퇴짜 도서

예쁜 여자를 보고 '나와 함께 가주오!'라고 청했을 때, 미녀가 말없이 지나쳐간다면 그 속뜻은 이러할 것이다.

'그대는 명망있는 귀족이 아니고, 미국원주민의 강인한 신체와 고요한 눈빛, 그들의 피부, 초원의 공기와 초원에 닿은 강가의 공기가 어루만지는 피부를 갖지 못하였고, 당신은 어느곳의 드넓은 호수를 본 적도, 그곳에서 배를 띄워본 적도 없군요. 그러니 알려줘요, 나같은 미인이 어찌 그대와 동행해야 하는지요?'

'당신을 태우고 힘차게 거리를 종횡하는 자동차가 있던가요. 복장을 차려입고 당신을 보좌하는, 대열 맞춰 축복의 말을 읇조리는 신사들은 보이지 않고, 앞가슴은 코르셋 안으로 말끔히 자취를 감추었는데, 다만 넓적다리와 둔부가 그 허전함을 메워줍니다. 작년 가을 사랑 받았던, 플리세 주름이 들어간 얄팍한 드레스 차림으로, 그런 볼품으로도 당신은 이따금 웃음을 흘리고 다니기에 망설임이 없군요.'

'그래요 우리 둘 다 맞아요, 그러니, 서로의 바른말에 홀랑 넘어가기 전에, 흩어져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 어때요.' 


카프카라면 위엄 있고 근사한 글을 썼을 거란 막연한 인상이 있었는데 2012년에 산 단편집에는 뜻밖에도 패배자감성이 가득했다. 때마침 연애운이 바닥을 쳤던지라 Rejection이란 제목을 단 위의 글을 읽으며, 나름의 위안을 얻은 기억이 난다. 형도 어지간히 안 풀렸구나. 그맘 알아요.

갑자기 그때 생각이 나서 책을 꺼내 읽어보았다. 쿨해도 너무 쿨하셔.

덧글

  • 2018/04/19 00:17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8/04/19 02:59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2018/04/19 05:42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2018/04/19 10:07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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