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의 낮잠을 방해하는 것들 가족

1. 기차소리
집에서 약 300미터 거리에 선로가 있다. 시내 나가는 통근전철과 다른 도시로 이어지는 광역철도와 고속철도까지 다닌다. 열차소리는 거의 안 들리지만 가끔씩, 꼭 애가 자고 있을 때만 터지는 기적소리가 문제. 미국은 기차 목소리도 커서 아주 온동네를 쩌렁쩌렁 뒤흔든다. 우리역 들어오기 전에 울고 바로 지척인 다음역 앞에서 울 때도 있다. 애기가 버틸 수가 없다. 기관사의 성향에 따라 뿌우우에서 멈추지 않고 쁩쁘뿌우와우와뿡ㅇㅗㅇ쁘우우으 까지 이어지면 이건 백퍼센트임.  

2. 세탁기소리
일단, 지금 사는 아파트가 원체 방음이 안 된다. 벽을 무슨 똥종이 재활용해서 만들었는지 모든것을 완벽히 투과시킨다. 게다가 방문에 문턱이 없어서 3센티 가까이 떠있다. 모든 소리가 어디로든 자유로이 여행하는 낭만을 누리는 가운데, 아랫집에서 세탁기를 돌리면 우리집 방바닥에 진동이 오고 당장 대피해야될 것 같은 굉음이 울린다. 옆집에서 돌려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진짜 최고병맛인게 세탁기가 안방에 있다! 애 자는데 바로 밑에서 우드드드듣아아드! 애를 작은방에 재우면? 작은방이랑 붙어있는 화장실에서 샤워 못하고 변기물 못 내린다. 애초에 수도꼭지 돌리는 소리가 온집안에 울리는데 뭘 어째.  

3. 옆집애들
미국에는 운동에 목숨 건 사람이 많다. 옆집엄마가 그렇다. 하루에 한 번은 반드시 우리딸 잘때만 골라 애들을 밖에 내보내 놀게 한다. 물론 밖에서 뛰어노는 게 애들에게도 좋고 나이만 되면 내딸도 같이 좀 놀게 하고 싶은데 옆집은 날씨를 가리지 않는다. 비바람이 불면 우비 입혀서 영하5도에 눈 오면 부츠 신켜 내보낸다. 그런 날씨에 공을 차거나 나뭇가지에 매달리긴 어려우니 입구앞 화단에 진흑 생긴 거 사람다니는 길에 퍼나르면서 논다. 따라나오는 아빠는 스마트폰 삼매경. 그밖에 밤 8시반마다 할머니 나 왔어! 라고 바깥에서 굳이 소리치며 들어오던 꼬마는 두 달 전에 이사갔다. 

4. 아파트정원관리
잔디관리, 낙엽처리, 제설 등 조경관리작업이 철별로 꾸준히 실시된다. 이중에 우렁찬 블로워가 사방에서 조여들어오는 낙엽처리가 절정이고 그중에서도 가을 끝물에 하는 총정리가 대박이다. 대여섯명이 팀이 되어 나타나 둘이 블로워로, 다른 둘이 1미터짜리 갈퀴로 낙엽을 한데 모으면 나머지 사람들이 마대에 쓸어담는다. 그들의 신속하고 효율적인 연계플레이를 자다 일어난 딸이랑 창가에서 입벌리고 감상하고 있으면 어디선가 누런 고철로 만든, 지게차와 스포츠카의 하이브리드 비슷한 게 굴러온다. 저건 또 뭔가 하고 쳐다보지만 이리저리 돌아만 다니다가 다시 사라지기 때문에 아직도 정체를 알 수가 없다. 

5. 그외에 친할아버지의 한 번 터지면 열 번을 채워야 멎는 벼락재채기와 진공을 찢고 제트기류를 일으키는 외할아버지의 소닉붐방구도 언급할 만하다. 애가 진짜로 깼다.

덧글

  • 아기이름 2019/03/15 15:40 # 삭제 답글

    딸을 사랑하는 마음이 보이네요 ㅎㅎ
  • 나녹 2019/03/20 21:51 #

    최대한 애를 재우고 자기는 쉬고 싶은 애비의 마음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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